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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젊은 아빠의 고백
다운증후군 딸과의 특별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

신생아실에서 기다리던 쥘리아를 만난 파비앵은 온몸이 마비된 듯 얼어붙었다. 그의 눈에 쥘리아는 다운증후군의 온갖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뻣뻣한 목덜미, 올라간 눈... 의료진은 아이가 건강하다는 대답만을 형식적으로 되풀이하고, 의심을 거두지 못한 파비앵은 쥘리아를 품에 안지 못한다. 아직까지 내 아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아이를 안을 수 없었다. 결국, 쥘리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고 무너지는 파비앵. 매일같이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를 만지는 것조차 거부감이 든다. 그는 이 작고 연약한 아이를 쉽게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아이도 원망스럽고 아내도 원망스럽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다른 부모들마저 원망스럽다. 파비앵은 아이의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 는 프랑스 만화가 파비앵의 자전적 이야기로, 자신과 다운증후군 딸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그래픽노블이다.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라는 제목은 파비앵이 평범하게 태어나지 못한 딸에게 건네는 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 치고는 제법 잔인하게 들린다. 장애아를 낳은 부모가 그러하듯이, 파비앵 또한 쥘리아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부터 자신이 꿈꾸던 삶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 끊임없이 닥쳐오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부담, 아이에게 눈길이 가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이 만화는 다운증후군 쥘리아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에게 닥치리라 상상도 하지 않았던 일을 겪으면서 조금씩 달라져가는 한 아버지의 진솔한 고백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누구도 쉽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속내를 통렬하리만치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하지만 파비앵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감정들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내가 파비앵과 같은 입장이 되었을 때 그와는 다르게 반응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파비앵의 분노, 의혹, 슬픔의 순간들, 예기치 않은 행복들을 함께 겪으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파비앵은 예상하던 어두운 미래가 그렇게 최악은 아니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하게 되지만 여전히 쥘리아에게 애정을 갖지는 못한다. 그러나 딸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가며 큰딸 루이즈가 편견 없이 동생을 대하는 모습, 사회 의료센터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쥘리아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장애아의 부모로서 파비앵이 겪어나가는 과정과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는 장애에 맞서고 있거나 맞서게 될 부모를 위한 유익한 증언이 될 것은 물론이고, 어쩌면 내 맘 같지 않은 아이들과 씨름하는 모든 부모에게도 유의미한 기록이 될 것이다.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는 저자가 겪은 일들을 만화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저자는 아내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둘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도 함께 가는 등 정성을 다했지요.그런데 아이가 태어난 다음 문제가 생겼습니다. 병원에서는 모두들 갓난아이이기 때문에 조금 이상하게 보이는 것뿐이라며 저자를 다독이지만 저자는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처럼 생겼다며 아이를 멀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국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판명이 나자 저자는 더더욱 아이와 함께 하려고 하지 않았지요. 또한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에 다운증후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자는 더욱 큰 충격을 받습니다.그렇지만 주변사람들의 조언과 함께 다운증후군이라는 병에 대해 알아가며 점차 충격에서 벗어나 지금은 둘째 딸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TV 매체 등에서 장애아 부모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장애아들에 대한 부모들의 희생과 사랑만을 보았지 어떻게 자식들이 가진 장애를 극복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에서는 자신의 자식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한 당혹감과 분노 등의 현실적인 감정 표현이 자세하게 나타나있습니다. 장애아를 둔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지요. 때론 저자가 어떻게 딸과 아내를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무자비하고 냉정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런 솔직한 표현 때문에 나중에 딸이 가진 장애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는 모습이 진심으로 느껴질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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