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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한국소설의 첫 문장」 소설가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독자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밤잠을 설친다. - 그럴지도. 하지만 그럴만한 작품을 만난 기억이 없다. 아니다. 이 책의 작품을 생각해 보니 어렸을 적에는 그런 적이 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도통 기억이 안 나는 것 뿐인 것 같다. 그 「소나기」만 해도 교과서를 통해 만났지만 여러 번 읽은 기억이 난다. 그냥 공부만을 위해서 읽은 것이 아닌 것 같다. 정말로 TV를 통해서도 「소나기」라는 작품을 봤지만 아직도 이 작품을 접할 때면 설레이기까지 하다. 거기에다가 재미까지. 얼마나 재미있고 감명을 받았으면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에까지 나왔을까. 그 영화에서는 패러디한 작품으로 나왔지만 말이다. 그게 더 재미있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순수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더 좋은 느낌이다. -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많은 작품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기억이 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나 첫문장의 기억은.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첫문장의 기억을 다시 소환할 수 있었다. 그 작품을 통해서 밤을 새우던 기억을. 책의 뒤 표지에 몇 명의 소설가, 몇 편의 작품을 수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작가가 밤을 새워 쓴 작품들. 우리는 정말로 편하게 만날 수 있었다. 작가의 노력을 통해서 말이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도 접할 수 있었다. 아는 작가의 작품을 접하기도 했다. 아는 작가이지만 모르는 작품의 첫 문장도 접했다. 사실 이 책에 수록된 첫 문장을 통해서 아, 이 문장은 이 작가다. 라는 생각은 나지 않았다. 이 작가만의 독특함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모든 작가의 작품의 첫 문장이 어떻게 태어난 건지는 상상이 간다. 첫 문장의 끌림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작가들이 몇 날의 밤을 지샌다는 것을 말이다. 어떤 책에서 읽은 건데, 첫 문장이 작품의 승패를 가름한다는 이야기. 첫 문장을 읽으면서 책을 덮기도 한다는 이야기.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만큼 중요한 작품의 첫 문장. 더군다나 한국인이- 모든 한국인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랑한 한국소설의 첫 문장이다. - 우선 재미있다. 그리고 읽는 방식도 그냥 읽으면 된다는 점이다. 그냥 손이 가는대로 펼쳐지는 대로 읽으면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억하고 싶은 첫 문장. 김애란 작가의 〈칼자국〉 입내다. 수록된 작품의 여러 작가의 첫 문장 모두 기억하고 싶지만 나 자신의 기억용량에 한계가 있으니까. 모두 기억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래도 가슴에 와닿는 것을 고르고 또 고르면 이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이 작품은 실제로도 전에 읽어본 적 있기 때문에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 어머니는 내게 우는 여자도, 화장하는 여자도, 순종하는 여자도 아닌 칼을 쥔 여자였다.”

모든 첫 문장은 별이다 !김연수는 스무 살 에서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는 첫 문장으로 스무 살의 나이에 의미를 부여하며 소설을 시작한다. 현기영은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에서 ‘노년은 슬그머니 도둑처럼 갑자기 온다’는 첫 문장으로 인생의 무게를 전한다. 김애란은 칼자국 의 첫 문장 ‘어머니의 칼끝에는 평생 누군가를 거둬 먹인 사람의 무심함이 서려 있다’에서 어머니의 그 무심한 칼끝을 상상하게 만든다. 이문열은 레테의 연가 첫 문장 ‘나는 내일이면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 그 남자는 건강하고 쾌활하고, 아마는 성실하다’에서 독자로 하여금 그 남자가 궁금하도록 만든다. 황석영의 삼포(森浦) 가는 길 과 김승옥의 무진기행(霧津紀行) 은 ‘영달이는 어디로 갈 것인가 궁리해 보면서 잠깐 서 있었다’와 ‘뻐스가 산 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이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는 첫 문장으로 주인공의 행선지에 독자를 불러들인다.

서문 ‘열려라, 첫 문장!’

1장 모든 인간은 별이다
칼의 노래 김훈 화장 개 남한산성 자전거 여행
채식주의자 한강 몽고반점 붉은 닻 소년이 온다 흰
그 섬에 가고 싶다 임철우 붉은 방 아버지의 땅 등대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숨은 꽃 곰 이야기 다시 시작하는 아침 원미동 사람들
광장 최인훈 웃음소리 구운몽 회색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맨발로 글목을 돌다 인간에 대한 예의 봉순이 언니 외
새의 선물 은희경 아내의 상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타인에게 말 걸기 외
외딴방 신경숙 깊은 숨을 쉴 때마다 그는 언제 오는가 부석사 외
북쪽 거실 배수아 심야통신 그 사람의 첫사랑 차가운 별의 언덕 외

2장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구효서 별명의 달인 풍경소리 늪을 건너는 법 낯선 여름 외
은어낚시통신 윤대녕 천지간 빛의 걸음걸이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외
19세 이순원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 은비령 얼굴 외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외
논개 김별아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미실 영영이별 영이별 열애 외
스무 살 김연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 외
칼자국 김애란 침묵의 미래 달려라, 아비 외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천사는 여기 머문다 강변마을 안마당이 있는 가겟집 풍경 외
7년의 밤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28 종의 기원

3장 늘 코를 흘리고 다녔다
토지 박경리 불신시대 영주와 고양이 표류도 내 마음은 호수 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엄마의 말뚝·2 꿈꾸는 인큐베이터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외
벽오금학도 이외수 훈장 꿈꾸는 식물 고수 장수하늘소 황금 비늘 외
별들의 고향 최인호 처세술개론 타인의 방 깊고 푸른 밤 겨울 나그네
은교 박범신 토끼와 잠수함 불의 나라 흰 소가 끄는 수레 촐라체 외
만다라 김성동 하산 오막살이집 한 채 붉은 단추
타인의 얼굴 한수산 부초 유민 거리의 악사 군함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금시조 시인과 도둑 시인 사람의 아들 외
장길산 황석영 객지 한씨연대기 삼포 가는 길 섬섬옥수 오래된 정원 외
태백산맥 조정래 유형의 땅 청산댁 마술의 손 아리랑 한강 외

4장 속인은 속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무진기행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서울의 달빛 0장 생명연습 건 역사 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병신과 머저리 이청준 잔인한 도시 서편제 자서전들 쓰십시다 외
지상에 숟가락 하나 현기영 순이 삼촌 겨우살이 쇠와 살 마지막 테우리 외
객주 김주영 여름사냥 휴면기 도둑견습 여자를 찾습니다 외
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해변의 길손 갯비나리 목선 달개비꽃 엄마
우리동네 이문구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 관촌수필 유자소전 외
장마 윤흥길 완장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도요새에 관한 명상 김원일 바라암 잠시 눕는 풀 환멸을 찾아서 마음의 감옥 외

5장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소나기 황순원 목넘이 마을의 개 독 짓는 늙은이 학 카인의 후예 일월
감자 김동인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발가락이 닮았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황야 약령기 돈 성화 들 외
사랑손님과 어머니 주요섭 人力車군 아네모네의 마담 북소리 두둥둥 극진한 사랑
봄·봄 김유정 산골 나그네 소낙비 금 따는 콩밭 노다지 안해 동백꽃
벙어리 삼룡이 나도향 물레방아 뽕
운수 좋은 날 현진건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 고향
무녀도 김동리 화랑의 후예 바위 황토기 역마 밀다원 시대 외
바비도 김성한 자유인 암야행 골짜구니의 정적 오 분간 요하
표본실의 청개구리 염상섭 만세전 삼대
탁류 채만식 레디 메이드 인생 이런 남매 패배자의 무덤 해후 돼지
까마귀 이태준 달밤 패강랭 밤길
날개 이상 오감도 봉별기 권태

국내 3대 문학상 수상작의 첫 문장
-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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