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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kkfox 2024. 2. 24. 05:58


수다는 몇 년을 떨었어도 책을 가까이 한 지는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전엔 일 년에 열 권 읽기도 바빴고, 수다는 몇 달에 한 번 지금보다 더 길게 주절거렸다. 치열한 자기 고민과 시대적인 고민을 동시에 들고 서평을 쓰시던, 학교에 다닐 때엔 얼굴도 뵌 적이 없는 선배님의 글을 이 페북에서 읽으며 불씨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 그렇게 작년에는 가랑이가 찢어지면서 좇아가기 바빴고, 올핸 그것과 병행해서 내가 알고 싶거나 궁금해지는 책들을 위주로 먹었다. 그래서 무언가를 아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없거니와 뚜렷한 서평을 쓸 수도 없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자기의 생각이 더 많이 묻어 있는 서평들의 책들을 많이 만난다. 기억에 남는 이들이라면 정희진과 장석주가 있었고, 또 한 사람 추가하고 싶다면 이 사람이다.​ ​ 사실 서평을 쓰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자신만의 색깔을 다 드러낼 수도 없고 책에 나와 있는 이야기만 펼쳐놓기도 애매하다. 요약과 느낌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버무러져야 그 책을 나도 사서 읽고 싶은 마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그러나 더 좋은 서평은 그 안에서 작가와 서평자, 읽고 있는 독자 모두를 일깨우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인 것 같다.그런 의미에서, 올해 읽은 책들 중에 이 책을 제일 기억에 남는 책으로 손꼽고 싶다.​ ​ 이 책은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문학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성공주의적인 혹은 다분히 종교적인 훈계를 전하는 내용은 아니다. 문학 작품 속에 스며 있는 "숨은 신", 낮고 처절한 삶 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어둠의 인생, 그것을 인정하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 더 많은 빛 앞에서의 인생, 그 사이에서 충격 받고 고민하고 결국 그 삶들을 보게 하는 숨은 신의 또 다른 밀어 등을 발견하게 한다. 역시 나는 미우라 아야꼬나 엔도 슈사쿠의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 문익환 목사나 양석일에 대한 이야기도 가슴에 남는다. ​ ​ "기독교인들은 역사 속에 운동하시는 하나님이다 라고 절대자를 표현한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 근현대사에 숨은 신 이 어떻게 개입하셨는가 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일제 35년과 해방기 5년, 그리고 분단 60년, 군사독재 32년. 짐승스러운 세월 속에서 절대자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의 역사, 아브라함의 방황과 이집트 4백 년간의 노예생활, 광야 40년의 유랑을 통해 이스라엘을 탄생시킨 숨은 신 의 역사를 철썩같이 믿는 교인들이, 이 조그만 반도를 때리는 채찍으로, 때로는 사랑으로 몰아붙이시는 역사를 도리질치며 외면한다." -비극시대의 구도자들, 조정래 [태백산맥], p234- "<빙점>만 읽으면 인간은 죄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는 것처럼, 영원히 죄에 갇혀 살아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태초의 축복을 안고 있는 존재다. 그 원래의 축복을 바로 원복, 영어로 Original Blessing 이라고 한다. ...원죄를 출발점으로 삼는 타락/구속영성 은 사람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인간의 죄성을 씻는 구속에만 매달린 나머지, 인간 이외의 피조물에 대한 구원, 곧 우주의 구원을 누락시킨다. 이처럼 하나님의 창조계를 배제한 타락/구속 전통은 지구파괴(geocide), 생태계파괴(ecocide), 생명파괴(biocide)와 같은 죄를 포착하지 못하게 만든다."​ -원죄와 원복, 미우라 아야꼬 [빙점], p414-​ ​ 책은 455쪽이라 꽤 두껍고 철학적인 사유까지 곁들여 있어서 나처럼 얇게 물만 묻히는 이들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다. 몇 주에 걸쳐서 읽은 것 같다. 어떤 곳에서는 생소한 맛이, 또 어떤 곳에서는 공감의 맛이, 때로는 고민하게 만드는 맛이 난다. 다행히 이 분의 말투, 아니 글투가 내가 좋아하는 색깔이고 다양한 문학작품들 속에서 더 다양한 모습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하나의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의 책을 더 찾아서 읽고 싶어지는 이들이 있다. 이 분도 내 리스트에 올려놓으련다.​ ​ 이제 햇병아리처럼 책을 읽고 있다. 나도 20년 쯤 내공이 차곡차곡 묵묵히 쌓여 더 좋은 책, 사람을 살릴 만한 책을 소개해주는 서평가로도 발전했으면 좋겠다.
문학과 종교는 본래 하나로 출발했다.
모든 종교는 언어, 특히 시詩를 잉태하여 텍스트를 낳았다.

영상매체의 발달로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에 대한 이해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제공하는 영상매체로 인해 우리는 제공되는 정보를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카피나 영상의 현란함에 익숙해져 더 이상 긴 글을 읽지 않는다. 글을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영상매체는 지식을 잘게 부수어 대중을 이해시킨다. 때문에 사람들은 제공되는 이미지 외에 더 깊은 생각을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이러한 세대는 텍스트의 행간을 고려하지 않고 문자를 곧이곧대로 해석할 가능성이 많다. 문학적 상상력이 부족한 탓이다. 모든 텍스트에는 숨은 신이 있다. 이 책은 우리 문학사에서 꼭 읽어야 할 고전들과 현대사상에 종교적 보편성의 쟁점을 남기는 글들을 함께 읽어보며 숨어 있는 이미지를 찾는다.

이 책은 [복음과상황], [기독교사상], [문학사상], [살림]에 연재된 글들의 묶음집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 김응교의 청년시절부터 최근까지의 글들을 이 책에서 만나 볼 수 있다. 글 쓰는 일과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살아온 저자가 말하는 문학과 종교 이야기는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한 알찬 텍스트들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적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상상력을 돋우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인문학적 시각으로 텍스트를 읽고 현대문학에 숨어 있는 종교적 이미지와 상징을 탐사하면서 현대문학의 중요 작품과 사상, 그 속에 숨어 있는 신을 만나도록 돕는 것이다. 독자들은 인문학적 교양과 종교적 감수성을 토대로 한 이 책을 통해 문학과 종교에 관해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서시: 독특한 책
들어가는 글

제1부. 숨은 신
1. 너의 증상을 기록하라
2. 문학 속에 숨은 신

제2부. 그늘
3. 자기고백에 그친 관념시_ 정지용
4. 윤동주에게 봄은 무엇인가_ 윤동주
5. 「별 헤는 밤」과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타자_ 윤동주
6. 죽임과 살림 사이의 갈등_ 박두진
7. 박두진이 만난 예수_ 박두진
8. 메타포의 경전_ 김춘수
9. 희망꽃 피우는 선생님_ 도종환
10. 세상에 밑줄 그어야 한다_ 기형도
11. 오징어떼의 메가숭배문화_ 유하, 보드리야르, 지젝
12. 무소유와 성빈_유하, 지젝
13. 입주_ 최종천

제3부. 만남
14. 호곡장과 예수의 눈물_ 박지원 [열하일기]
15. 비극시대의 구도자들_ 조정래 [태백산맥]
16. 파시즘의 하나님_ 임철우 [붉은 방]
17. 발바닥 예언자_ 김형수 [문익환 평전]
18. 그늘, 은밀한 은혜_ 이청준 [벌레 이야기]와 [밀양]
19. 느닷없이 다가오는 낯선 문제들_ 공지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제4부. 증환
20. 너의 증환을 사랑하라_ 도스토예프스키 [가난한 사람들]
21. 바보 이반과 [부활]_ 톨스토이 [부활]
22. 헨리조지와 쥬이상스_ 톨스토이 [부활]
23. 판타지 문학_ C. S. 루이스 [나니아 연대기]
24. 가벼운 인생의 무거운 요구_ 엔도 슈사쿠 [침묵]
25. 원죄와 원복_ 미우라 아야코 [빙점]
26. 어른을 위한 판타지, 하루키 시뮬라크르_ 무라카미 하루키 [1Q84]
27. 피하지 말아야 할 어둠_ 양석일 [어둠의 아이들]

 

이매창 평전

이화우(梨花雨) 흩날릴때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 추풍 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千里)에 외로온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이 작품은 전라도 부안 출신 기생이었던 매창의 시조 작품이다.매창은 계랑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이 작품이 실린 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하고 있다."계랑은부안의 이름난 기생으로 시를 잘 지어 이 세상에 나와 있다. 촌은 유희경의 오랜 벗으로, 촌은이 서울로 돌아간 뒤 소식이 없었다. 이에 이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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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세트

꼬마 니꼴라는 예전에 장 자끄 쌍뻬의 그림으로 너무 재미있게 보았다. 그래서 향수처럼 남아 있는 기억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영화로 나와 정말 기뻤다. 그 기억으로 이 세트를 사게 되었는데, 나보다 우리 아이가 훨씬 재밌게 본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깔깔거리며 본다. 분명 어려운 내용에, 어려운 이름들인데도 참 재미있게 보는 걸 보니 왠지 기분이 묘하다.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과 그림 때문일 것이다.르네 고시니가 글을 쓰고 장 자끄 상뻬가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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